본문 바로가기

Learning Journey/Jeju

2017.03.31 MTA Korea 제주도 Learning Journey

MTA Korea 런칭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세미나 겸 현장방문도 할 겸 제주도 Learning Journey를 다녀왔습니다.



처음에는 유채꽃과 벛꽃이 함께피는 4월에 제주도에 놀러가려는 목적이 다분했으나...


역시나 현장방문도 하고 세미나도 하고 밤센 토론까지 하면서

MTA Korea 런칭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이였습니다.


아무래도 주말에 다녀오다보니 방문기관을 어레인지하는 과정에서 동선이 꼬이는 상황이 발생했는데요,

많은 시간을 이동에만 소모하면서 역시나 현장방문은 평일에 해야한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2박3일 일정 중에 역시나 가장 중요한 일정은 먹는 시간이였습니다.

몸국, 갈치국, 장어된장, 복김치, 옥돔, 고등어회 등 제주의 해산물을 마음껏 먹어볼 수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여기는 HBM 연구소의 공식블로그이다보니

먹는 이야기는 다음에 하는 걸로 하고 현장방문 위주로 후기를 남겨보겠습니다.


+


첫날 저희가 방문한 곳은 오픈칼리지(Open College)입니다.



이미 서울에서 성공적인 사회적기업으로 정착 오픈칼리지가

작년 10월부터는 제주로 일부가 넘어와서 새로운 캠퍼스를 개척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오픈유니브(Open Univ)라는 대안대학 프로그램이였습니다.

작년에 서울캠퍼스에서 시범사업으로 3차례 운영했던 프로그램인데 올해는 제주에 공식 런칭을 했습니다.


학년제가 아닌 레벨제를 도입해서 기간에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서 레벨을 구분하고,

레벨에 맞는 단계별 학습을 자유롭게 진행하는 굉장히 오픈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시간표를 비롯한 모든 커리큘럼도 학생들이 알아서 짜게 되고,

모든 프로그램 운영도 학생들끼리 자유롭게 하면서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제주라는 천혜의 환경에서 자유롭게 공부를 즐기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습니다.



또한, 흥미로웠던 부분은 17명의 입학생 중 상당수가 대학졸업생이라는 점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가기위해서 여기에 온 것이 아니라 진짜 나를 찾기 위해서 왔다는 그들,


심지어 제주출신은 4명밖에 안되고 나머지 친구들은 육지에서 건너왔다고 합니다.

청년들이 육지로 떠나는 것이 고민인 제주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낯선 땅인 제주에 온 것일까요?

학위도 인정받지 못하는 대학이지만, 그들에게는 삶에 대한 진정한 배움이 느껴졌습니다.



아직 정식 런칭한지 한달밖에 안된 상황이라서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꽤 놀라운 실험을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표정이 너무 밝은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이를 성취해야만 하는 경쟁 사회에서 살던 친구들이

자유를 찾았고 친구를 찾았고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은 대학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줍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용기있게 도전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인상적이였습니다.



오픈유니브에 비하면 MTA는 창업에 철저히 포커싱이 맞춰져 있고,

어느 정도 비즈니스 역량 개발을 위한 정형화 된 포맷과 다양한 스킬들이 있는 편입니다.

(아마도 서로서로 장단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MTA가 가진 창업교육에 대한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가

오픈유니브와 결합한다면 새로운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같다는 기대를 갖게하는 만남이였습니다.



+


첫날밤 후발대까지 합류하면서 새벽 3시까지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지만,

다들 부지런하신 관계로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모닝커피와 함께 자연을 즐겼습니다.


자연환경도 너무 좋고 숙소가 너무 좋아서 더 밍기적거리고 싶었지만,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아침부터 서둘러 숙소를 나와야했습니다.


숙소가 위치한 돈네코에서 제주시내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서울에서는 당연한 출퇴근 거리이지만 제주사람들에게는 큰 맘먹고 가는 거리라고 하더군요.



처음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뭔가 주소가 잘못된줄 알았습니다.

며칠 전에 이사했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너무 좋은 건물에 인테리어 공사가 한참이였기 때문입니다.


원희룡 지사가 선거공약으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약속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현실에서는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알지 못했는데 직접 방문하니 분위기를 알 수 있었습니다.


센터장님 설명에 따르면 제주는 정부 정책에 있어서 반응이 1~2년 정도 늦은 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부분도 이제 막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지자체들보다는 다소 느리게 이제 막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제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벌써 많은 조직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약속된 상황이였습니다.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도 점차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서 30~40명 정도 활동가가 있는데,

문제는 어디서나 그렇듯 알맹이는 없고 프로그램 숫자만 늘어나는 공급 과잉상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원은 많이 투입되는데 실제적으로 별로 도움은 안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고,

더군다나 섬이라는 특수환경때문에 물리적으로 육지와 분리되어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여러가지 일들을 함께해보고 싶었지만,

당장 물리적으로 가까이있는 수도권이나 충청도 지역과도 함께 일을 벌리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빨리 코치진을 양성해서 MTA 방법론을 보급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면에 섬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육지에서 해볼 수 있는 다양한 실험들을 먼저 해보기에는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금이 가는 곳에 마음도 간다고

물리적으로 이렇게 좋은 인프라가 완성되었다는 점도 굉장히 좋은 시그널로 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역을 잘알고 사랑하는 분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셨습니다.

향후 많은 일들을 함께 할만한 잠재적인 파트너들을 만났다는 것은 이번 방문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였습니다.


지역 이슈와 문제 해결에 있어서 지역을 잘 이해하는 분들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기본적이면서 외부인에게는 가장 어려운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


이러한 여세를 몰아서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섬채'라는 친환경 로컬푸드 한식 뷔폐였습니다.


행복나눔마트는 생협이 아니라 독특하게 노동자협동조합입니다.

http://nanummartjeju.kr


유통업은 주로 이용자들이 주인이 되는 소비자협동조합의 형태를 취하게 되는데,

이사장님은 직원들이 주인이 되는 노동자협동조합형태의 조직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식뷔폐와 온라인 쇼핑몰, 바베큐 레스토랑, 편의점까지

빠른 시간 내에 다양한 사업 다각화를 통해서 일자리를 꾸준히 창출하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 내홍도 존재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정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새 제주를 대표하는 협동조합으로 성장해 많은 강연에 끌려다니신다고 하시네요.



수수한 매력의 이사장님은 너무나 솔직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야기의 끝마다 반전매력이 숨겨져 있어서 왜 제주 최고의 인기강사인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해피브릿지에서 발생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이

노동자협동조합이기에 상당부분 행복나눔마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거버넌스와 조합원 교육 같은 측면에서는 비슷한 고민을 해왔던 HBM의 송인창 소장님과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두분은 다음에 따로 만나서 밤새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지역공동체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라이프사이클별로 모두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사장님은

제주라는 특수한 지리적 문화적 환경에서 어떻게 비즈니스를 만들지 계속 고민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문어발처럼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는데,

과연 이러한 도전들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지 굉장히 궁금해지는 부분이였습니다.


역시나 여기도 앞으로 함께 고민하고 진행할 일이 굉장히 많아보이네요.



+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가시리마을>입니다.


가시리 마을은 마을만들기 사업의 성공사례로 유명한 곳입니다.

원래 제주도에는 말을 키우던 공동목장이 많이 존재했는데 해방 이후 개인 소유로 많이 넘어갔습니다.


가시리는 마을주민들이 팔지않고 소송까지 하면서 끝까지 지켜낸 독특한 마을입니다.

SK D&D에서 풍력발전기를 이곳에 세우면서 발생한 수익을 마을 주민들이 나눠갖는 곳입니다.


2007년에는 '리'에서 <조랑말 박물관>을 설립하면서

마차체험, 승마교실, 목축캠프 등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었고,

2009년에는 예술인창작지원센터를 설립해서 말과 관련된 예술작품들을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2012년부터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개최하던 유채꽃축제의 사업 운영권도 마을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마침 방문한 시기가 유채꽃축제 첫날이라서 유채꽃축제의 분위기를 살짝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한참 진행되던 시기에 서울출신의 시민활동가와 마을주민들 간에는

마을 사업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이견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마을의 공동사업에 대한 관점 자체가 달랐고, 운영 방식과 수익 배분 방식에도 견해차가 존재했고,

이주민과 향토민 사이에는 생활 습관이나 문화적 차이도 존재했다고 합니다.


결국 마을 사업은 마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고,

시민활동가는 제주 내 다른 지역에서 다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는 시골 마을에서는 별로 새삼스럽지 않은 스토리입니다.

그만큼 외부인이 들어와서 마을 주민들과 완벽히 융화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고 있는 축제 현장도 살짝 살펴봤는데,

다른 지역에서 운영되는 마을 축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들이 보였습니다.


천막을 치고 향토 지역 단체들이 음식을 팔고 있는데,

정작 외부 관광객은 거의 없고 지역 주민들끼리만 서로 자리를 채워주고 있었습니다.

축제를 찾은 외부 관광객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아쉬운 장면이였습니다.


+


육지 이주민들의 제주 정착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날,

<소셜 크리에이티브> 박진호 대표를 만나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제주에 온지 벌써 4년이 넘었다는 박진호 대표는

너무나 귀여운 아기를 데리고 밝은 얼굴로 저희를 맞아주었습니다.

(아쉽게도 작업실은 현재 공사중이라서 다음에 방문할 때 들려보는 것으로 했습니다)


사람에 치여서 가족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 제주로 왔다는 박진호 대표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현지에 일거리가 부족해도 원격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주공항을 기준으로 서쪽의 애월과 동쪽의 월촌리에 이주민이 많이 정착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공항에서 크게 멀지 않은 곳이라서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도 최근에 땅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예술가들의 경우에는

점차 더 서쪽과 동쪽으로 밀려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애월은 이효리가 정착한 동네로 유명하고, 월촌리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고 하네요.


애니웨이 사실 이주민에 청년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고,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하다가 자연과 여유가 그리워서 온 전문직이 많다고 합니다.


오히려 청년들은 육지로 나가보고 싶어하는 욕구가 크다고 하네요.

또한, 주로 전문직이나 예술가들이기 때문에 현지인들과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하네요.


귀농인구가 주를 이루는 홍동마을에서는 농사라는 공통 분모로 엮이지만,

여기는 개인작업을 조용히 하고 싶은 사람들이 오다보니 연결고리가 약한 편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이주민들 입장에서도 일부러 융화될 필요성을 많이 못느끼는 것도 사실이구요.


제주의 인구가 최근에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청년들의 비중은 계속 줄고 있다고 합니다.

인구 구성이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흐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과연 이러한 흐름들이 어떠한 모습들을 연출하게 될지 매우 기대가 되네요.


+


MTA로 시작해서 사람과 자연, 공동체와 마을이라는 다양한 테마를 가진

제주도 Learning Journey는 2박 3일의 여정을 마치고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밤마다 매일 토론을 이어가면서 체력이 고갈되기는 했지만,

다행히 날이 좋아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끼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아무래도 MINN에서 공식 모듈로 다시 한 번 제주를 방문해야할 듯하네요.

이정도 환경이면 내년쯤에는 MTA 제주랩을 오픈하는 것도 추진해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많은 것을 얻고 돌아간 제주 Learning Joureny

다음에는 MTA 공식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