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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ing Journey/Bilbao & Mondragon

[HBM] 2016.04.26_몬드라곤 연수단 - Ep.06 라군아로 (Lagun Aro)와 사회보장제도

몬드라곤 HQ를 방문한 이후 바로 언덕길 따라 내려와서,

이미 한국에도 잘 알려진 사회보장협동조합 라군아로(Lagun-Aro)를 방문했습니다.



라군아로의 시작은 1959년으로 올라갑니다.


스페인 노동부의 명령으로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자영업자로 분류되면서,

공공복지체계로부터 제외되어 버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응책을 마련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1967년, 급여에서 공제한 기금을 기반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알려진 주요 시스템을 갖춘 라군아로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당시만 해도 아직은 Caja Laboral의 사회복지서비스 부문에 불과했다고 하네요)


같은 해 라군아로 같은 자발적 사회복지기관(EPSV)을 위한 정부 시스템 생기면서,

조합원들은 라군아로와 정부에 연금을 모두 내고 이중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부 연금에는 최소한의 비용을 내고, 혜택이 더 좋은 라군 아로에 나머지를 내게 됩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 첫번째 고용 위기를 경험하게 되면서,

1983년에는 이러한 문제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고용지원 기금을 최초로 설립합니다.


또한 1984년에는 일시적인 병가(sick-leave)와 의료 서비스(Health-care)부분에 대한

사회안전망으로써의 역할까지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해나갑니다.


1999년에는 퇴직 후의 재정 운영(retirement coverage)을 설계하는

Arogestion이라는 자발적 사회복지기관(EPSV)을 추가로 설립해 2001년부터 2가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2005년부터는 바스크 주정부와 의료 서비스에 대한 협력사업을 진행하였고,

2008년부터는 라군아로는 바스크 주정부의 의료 서비스(Osakidetza)에 완전히 합류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0년 라군아로의 연금과 개인 분담금을 대대적으로 개편합니다.


은퇴자들이 계속 들어나면서 지급준비금(solvency)이 상당 부분 고갈되기 시작했고,

정부차원에서도 정부의 자영업자 연금(RETA)에 보다 많은 기금이 모일 수 있도록 압박을 가했습니다.


라군아로는 장기적 관점(수익성과 지속가능성)에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조합원들이 정부의 자영업자 연금(RETA)에 60%, 라군아로에 40%를 부담하도록 시스템을 조절합니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전체 연금의 40%만 라군아로의 연금 혜택(저비용 고효율)을 받게 됨으로,

실질적으로 이전 세대에 비해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승적인 결정을 합니다.


+


이 정도가 LagunAro 홈페이지 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대략적인 정보이고,

한국에는 실업 재배치에 대한 고용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것에 대한 부분만 많이 알려져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몬드라곤'이라고 하면 '노동인민금고'와 함께

'라군아로'를 가장 먼저 떠올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알려진 정보는 이 정도입니다.


과연 라군아로(Lagunaro)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지 기대감을 갖고 들어갔습니다.


  


건물의 겉 모습도 매우 세련된 편이였는데, 사무실도 쾌적하고 개인 공간도 꽤 넓어보였습니다.

이 정도 근무환경이면 나름 일할 맛이 날 것같은 기분이 드네요...


 우선 우리를 맞아준 것은 LagunAro 마크가 찍혀있는 물과 사탕이였습니다.

(별거 아니지만, 이 동네에 이 정도 손님 대접이면 굉장히 신경써서 준비한 편이라고 하네요)


우리에게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해주신 Mrs. Kontxi Benitez 는

굉장히 충격적인 이야기부터 들려주면서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쇠고리가 들어간 로고를 라군아로의 로고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사실은 앞에 있는 로고가 진짜 라군아고의 로고라는 것입니다.


열쇠고리가 들어간 로고는

1983년 라군아로와 카하라보랄이 합작해서 만든 '라군아로 보험(주식회사)'의 로고이며,

2011년부터는 카하라보랄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혹시나 해서 한국에 있는 자료들을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라보랄쿠차로 합병(2012)되기 전에 사용하던 '라군아로 보험회사'의 로고가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인터넷을 검색하면 3개의 로고가 모두 뜨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소비자 접점이 많은 보험회사의 로고가 가장 많이 노출되고 또한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정확한 차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가장 많이 쓰이는 로고가 맞는 줄 알기에,

그냥 열쇠고리가 들어간 로고를 선택해서 라군아로 로고인줄 알고 사용하게 되는 것이죠.


이외에도 노동인민금고와 라군라오, 그리고 이탈리아 우니뽈 보험이 합작한

'라군-아로 생명보험(1989)'도 있는데 두 회사 모두 꽤 많은 고객을 보여한 회사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


본격적으로 라군아로의 이야기로 들어가면,


2015년 기준(홈페이지) 가입자 27,970명에, 의료혜택을 받는 가족까지하면 69,875명으로

1984년 기준(making mondragon) 18,266명에, 의료혜택을 받는 가족 포함 47,465명이였던 것에 비교하면 

30년간 약 50%정도 인원이 증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연금혜택을 받는 사람은 12,538명으로 매년 500여명씩 증가하고 있으며,

1년에 지급되는 금액도 1억 6400만 유로(약 2193억 원)로

수령자가 증가하면서 총 지급 금액도 매년 천만유로(약 130억 원)씩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금 수령자에는 퇴직자(9,345명)와 과부(2,325명)뿐만 아니라 장애인(697명)도 포함되어 있지만,

장애인의 경우에는 비중도 매우 적고 인원도 정체되어 있지만, 퇴직자와 과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1인당 수령액은 본인이 납입한 금액과 상황에 따라서 많이 차이가 나지만,

평균으로 계산했을 때 매년 1인당 약 1750만원(월 146만원)정도 수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인당 실수령액의 경우에는 2010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2010년 연금제도의 개편으로 정부연금에 대한 부담금을 늘리면서 자동으로 줄어들게 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라군아로에서 지급해주는 연금 이외에 추가적으로

정부에서 자영업자들에게 지급하는 연금을 받을 수 있기에 생활 수준은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2015년 OECD에서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Pension at a Glance 2015)'에 따르면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50%로 앞도적 꼴찌(OECD 평균 13%에 4배)였으며,

전체 평균 소득 대비 60세 이상 노인들의 평균 소득도 60%로 꼴찌(OECD 평균 87%)였습니다.


이에 비하면 스페인의 노인 빈곤율은 7%에 불과하고, 노인들의 평균 소득도 전체 평균의 96%에 달합니다.

근데, 이것도 라군아로 시스템에 비하면 별로 혜택이 좋지 않다고 하고 있으니...




저희 연수팀원들도 이쯤 이야기를 들으니 흥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돈을 내길래 그만큼의 혜택을 받는 것인지

그리고 정확하게 정부 연금까지 포함해서 어느 정도 수준의 돈을 받는 것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가지고 정확한 금액을 한 번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30분간 산수 시간이 계속되었습니다.)

+


일단 라군아로에서 제공해주는 서비스는 단기와 장기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단기 서비스라고 하면, 의료혜택이나, 산재나 병가(급여의 80% 지원), 

임신과 출산, 육아, 장애아동 교육비 지원, 고용 중 배우자 사망 시 위로금 등을 의미하며,

매년 총 예산을 총 가입자 수에 따라 나눠서 비용을 책정하며 2015년기준 급여의 14.02%를 공제합니다.


여기에 장기서비스로 13.6%를 공제(2010년 이후 변경 기준)하고 있으며,

정부의 사회보장 18% 공제하고, 세금 16~17%까지 때고 나면 대략 급여의 40%를 실수령액으로 받게 됩니다.


연금과 사회보장에서만 30~40% 정도 때는 것이 굉장히 높기는 하지만,

몬드라곤의 경우에는 자기가 회사의 주인기이 때문에 기업주 부담같은 개념이 아예 없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4대보험으로 8.5%를 공제하지만 기업주가 절반을 부담하기에 실제는 17%가 공제됩니다.

소득세도 사전 공제율은 대략 5% 이하지만 실질적으로 계산을 해보면 10~15% 정도는 나오게 됩니다.

(소득구간 1200 ~ 4500만원 이하의 1인 가구의 경우 / 2015년)



결국은 스페인이 한국보다 소득세와 사회보험료가 더 높아보이기는 하지만,

몬드라곤 사람들과 한국의 결정적인 차이는 라군아로를 통해서 추가로 공제하는 27%의 금액과

이로 인해서 정부로 부터 받는 것 이외에 추가로 받게 되게는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부분입니다.


단기 서비스의 경우에는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1차적으로는 4대보험을 통해서 해결하는 부분이고, 추가적으로 사보험을 통해서 대체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한국의 기초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은 괜찮은 편인 듯합니다)


그렇게 보면 평균 14.02%라는 부분이 굉장히 과도해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혜택을 얼마나 쉽게 받을 수 있는지와 그 혜택의 질을 생각하면 한국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실업급여나 의료보험, 산재 처리 같은 것을 처리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한국에서는 절차도 매우 까다롭고 복잡하며 실질적으로 필요한 혜택을 못받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시스템은 잘 되어있으나 이를 이용하기는 매우 힘들게 해놓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사보험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정관과 옵션을 매우 복잡하게 짜놓습니다.

막상 어려움이 닥쳤을 때 혜택을 받기 어려운 것이 또 하나의 함정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라군-아로의 사회보장시스템의 경우에는

공제금액이 매우 커보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혜택을 받기 편하다면 유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 그렇게 까다롭게 굴지 않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라군아로가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던 1983년 정부차원의 전국사회보장제도는

사기업으로 하여금 1년에 노동자 1인당 2,800달러를 납부하도록 했습니다.

(많은 사기업들은 보험룔를 납부하지 못했고, 정부에서도 제대로 징수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라군-아로는 자치 정부와 협약을 통해서 조합원들이 전국사회보장제도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 있었고,

단지 1,600달러만 라군-아로에 납부하면 훨씬 뛰어난 보험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었습니다.


금액이나 서비스 내용은 많이 바뀌었지만 개별 협동조합이 각종 위원회에 직접 참여해서,

조합원에게는 최소한의 개인부담금을 부여하고 필요한 것을 채워준다는 기본 기조는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장기서비스 곧 연금에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하여, 한국의 사회보장시스템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주면서

과연 몬드라곤 사람들이 연금을 얼마나 받는지 실제 데이터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Mrs. Kontxi Benitez은 친절하게도

실제 데이터를 보면서 공제 금액의 수준과 현재 연금 수령의 금액을 설명해주었습니다.


몬드라곤의 경우에는 임금격차가 현재 1:6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1.8 Level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로 설명해주었습니다.


2880.36유로의 급여를 받을 경우

연금으로 637.22유로(정부 267.70 / 라군아로 268.77)를 공제하고

라군아로의 단기서비스로 275.82유로를 추가로 공제하게 됩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공제률과 수치상으로는 차이가 존재하는데요.

이는 소득구간별 그리고 부양가족이나 추가 요소들을 고려해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암튼 대략 이 정도 수준의 공제를 하고 있다고 볼 때,

연금을 실질적으로 얼마나 수령하는지를 살펴보게 되면


현재 평균 퇴직 연령은 62.1세라고 합니다.

그리고 초창기 맴버의 경우에는 월 1,125유로를 라군아로에서 연금으로 받고 있고,

월 325유로를 정부에서 받고 있으니까 총 월 1,450유로(약 194만원)정도를 받고 있습니다.


1959년에는 개인부담금의 비율이 1:2 (정부기금:라군아로)였지만,

2010년 이후에는 개인부담금의 비율이 6:4 (정부기금:라군아로)로 변경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1인당 평균 연금 수령 금액은 조금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민연금이 20년이상 가입해야 월 87만원씩 받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큰 차이지만 국민연금 공제율이 9%(기업주 부담 포함)인 것을 감안하면 비율상은 대충 비슷해 보입니다.


몬드라곤의 경우에는 20% 이상 공제를 한 다음에 나중에 더 많이 돌려준다는 것인데,

미래 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한다면 수혜자 입장에서는 별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것같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기금은 안전할까?


한국의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지금은 돈이 넘쳐서 이곳저곳 투자하고 있지만,

이미 특례연금수령자니 뭐니 해서 상당금액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고갈 위험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경우에도 정부차원의 연금같은 경우에는

노령화는 급속히 진행되는데 청년 실업문제는 점점 고조되고 있어서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기금 고갈에 대한 이슈는 빠른 시일안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라군아로의 경우에도 현재는 6%이상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어서

정부 차원의 연금에 비해서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수익률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기금을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4% 이상의 수익률을 유지해야하기에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빌바오에 근무 중인 투자 전문가들이 고생이 많다고 합니다.



연금 이슈에 너무 흥분해서 열띤 토론을 이어가다보니

어느 새 약속한 시간이 다되어버리면서 실업에 대한 보상과 지원은 이야기도 못하게 됐습니다.


실업과 노동자의 재배치를 위해서 몬드라곤의 협동조합들은 평소에 일정 수준의 부담금을 부담하고

근무자를 재배치할 경우 일정 금액을 라군-아로를 통해서 경비를 분담하게 됩니다.


일시적인 재배치의 경우에는 원래 직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기존 직장에 대한 조합원의 지위를 유지하며, 라군아로에서는 조합원의 교통비와 급여의 차액만 지원해줍니다.


영구적으로 재배치되는 경우에는 라군-아로는 특별 비용에 대해서만 지원을 해주고,

그 성격과 규모는 이사회에서 협의를 통해서 결정하게 됩니다.


실업 기간 동안 라군아로에서는 80%의 급여를 지급해주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는데 조합원이 재배치를 거부할 경우에는 실업수당을 포기해야합니다.


그렇다고 얼토당토 않은 곳에 재배치를 하는 것은 아니며 충분한 합의를 통해서 진행되지만,

파고르 가전의 파산같은 대형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에는 별다른 선택권 없이 재배치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실업에 대한 재배치는 파고르 산업(Fagor Industrial) 방문기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이 번편은 여기서 마무리 해야할 듯합니다.


Mrs. Kontxi Benitez도 한국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의 사회보장 시스템도 굉장히 흥미롭다며 꼭 한국에 한 번 와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최근에 복지 이슈가 굉장히 화두가 되고 있는데,

정부차원에서의 복지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삶터에서의 복지 문제도 관심을 기울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자신들과 함께하는 노동자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시작이 스스로 주인인 협동조합에서 일어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