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2016.04.30 Epilogue - ‘기적’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몬드라곤


 지난 4월 해피쿱투어와 함께한 몬드라곤 연수단은 6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연수는 끝났지만, 연수단은 매월 정기모임을 진행하면서, 과연 우리가 보고 온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계속해서 이야기해왔습니다. 우리가 만난 몬드라곤은 생각보다 굉장히 보수적이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혁신적이였습니다. 유럽에서도 변방인 스페인, 스페인에서도 변방인 바스크, 그리고 바스크에서도 변방인 몬드라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세련되지도 않았고,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열성적인 협동조합주의자들도 아니였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였으며, 오히려 한국의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이 많고 순박해보이는 사람들이였습니다. ‘몬드라곤 사람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가지고 몬드라곤을 방문했다면, 당연히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에게 협동조합은 그저 일상이였고, 오히려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을 비교하는 질문을 할 때마다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협동하고 사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 그걸 자꾸 물어보니, 어떻게 대답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에서 어리석은 질문이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철저한 경쟁 사회에 살아야만 하는 우리로써는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몬드라곤 사람들과 우리의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지만, 몬드라곤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몬드라곤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1세대들이 더 이상 생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스크 지역의 오랜 전통과 몬드라곤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에 기반하고 있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협동조합의 문화라는 것은 스스로 만들어낸 측면이 강했습니다. 호세 마리아 신부님을 비롯한 1세대의 주역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오늘날의 몬드라곤을 만들어낸 다음 세대들, 그리고 그 다음 세대까지. 오늘날 몬드라곤의 영광은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의 산물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알지못하는 젊은 세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은 글로벌화된 시대에 자란 세대입니다. 유로 시대에 자라고 태어난 세대에게 몬드라곤은 자연스러운 공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세계의 변방에 위치한 시골 마을입니다. 이미 바스크를 넘어 유럽의 대도시들, 그리고 다른 대륙의 국가들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 새로운 세대에게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신화같은 이야기는 구시대에나 가능했던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1990년대 급격한 성장을 보이던 사업들도 200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위기의 신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스페인을 비롯한 유로의 국가들의 경제지표가 악화되었고, 몬드라곤 역시 예전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러한 시그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건이었으며, 파고르 가전부분의 파산은 몬드라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성공 세대들의 은퇴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새로운 세대의 등장, 그리고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사업 환경 등 몬드라곤 사람들은 초창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과거 협동조합의 기반을 마련한 세대와 현재 몬드라곤을 글로벌 협동조합기업으로 이끌어낸 세대, 그리고 앞으로 몬드라곤을 이끌어나갈 세대가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 찾은 키워드는 두 가지였습니다.


 

 

Back to Basic & Innovation.


 이번 몬드라곤 연수단은 호세 마리아 신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포럼에 GSEF공동의장이신 송경용 신부님과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 송인창 소장님이 초대되면서 기획되었습니다. 유럽과 남미 이 외의 멀리 아시아에서도 손님을 초청해 국제적인 행사로 기획된 것입니다. 연수단은 100주년 기념 포럼을 비롯한 기념 미사, 기념 공원 제막식 등 다양한 행사에 함께하였습니다. 현재 호세 마리아 신부를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한 활동도 진행 중이며, 작년에는 교황에 의해서 가경자(성인 추대를 위한 1단계)’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신부님과 관련된 책도 다시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호세 마리아 신부는 생존하셨을 당시 자신의 존재가 부각되는 것을 지극히 싫어하셨습니다. 하지만, 사후 호세 마리아 신부는 몬드라곤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몬드라곤의 주요 기관들에는 호세 마리아 신부의 흉상이 전시 되어있고, 신부님의 어록은 책으로도 발간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곳 저곳에서 자주 인용되어 회자되고 있었습니다. 몬드라곤에서는 탄생 100주년이라는 이슈에 맞춰서 호세 마리아 신부를 전면으로 부각시켜 새로운 활력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점차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협동조합 정신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는 호세 마리아 신부라는 전 세대를 어우를 수 있는 영웅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사상적인 아버지이면서도, 사업적인 스승였던 호세 마리아 신부는 100년만에 몬드라곤의 상징으로 다시 탄생한 것입니다. 현장을 떠나있던, 현장을 이끌고 있는, 현장에 나올 예정인 세대 모두에게 무엇이 몬드라곤을 이렇게 만들었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 같은 모습이였습니다. 특히나 몬드라곤의 영웅이였던 호세 마리아 신부가 이제는 전세계적인 성인의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파고르 가전부문의 파산으로 침체되어 있던 몬드라곤에 분위기 전환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올드하게만 느껴졌던 협동조합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대안으로써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몬드라곤 연수단이 만난 또 다른 몬드라곤의 미래는 혁신을 위한 노력이였습니다. 몬드라곤은 굉장히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와는 다르게 사업적으로는 굉장히 혁신적인 시도를 이어왔습니다. 시대에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사업적인 성공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것도 굉장히 실용적인 사고방식과 함께 이러한 혁신을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몬드라곤은 노동인민금고의 기업국과 싸이올란 같은 기관들을 통해서 지속적은 새로운 사업을 개척해왔습니다. 하지만, 사업 환경의 변화 만큼이나 이를 위한 교육과 지원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노동인민금고 기업국처럼 자금지원과 기초적인 경영지원이 필요했던 시기를 지나, 다양한 산학협력을 통한 실천적인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했던 시기도 이제는 예전의 방식이 되어버렸습니다. 혁신과 창의력이 중요한 시기가 되었으며, 이제는 산학협력 수준을 넘어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핀랜드 TA모델을 받아들여 MTA라는 새로운 교육 기관을 설립하게 됩니다. MTA는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단순 교육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해외 네트워크 형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선배 기업과의 연계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서 비슷한 관심을 가진 젊은 기업가들을 연결시키는 새로운 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참여하며 창조성과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TA라는 핀랜드 식의 새로운 교육 방법을 도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협동조합을 강조하지도 않고 있으며, MTA에 재학중인 상당 수의 학생들은 호세 마리아 신부에 대해서는 이름 정도만 들어본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에게는 팀이 중요한거지 그게 꼭 협동조합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팀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을 선택하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결사로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제 겨우 10년째를 맞고 있지만, MTA는 몬드라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산시키고 신생 협동조합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구심점이 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술 혁신 위주로 성장해왔던 몬드라곤에서 새로운 방식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알려진 몬드라곤은 기적같은 존재입니다. 척박한 시골마을에서 시작한 협동조합이 스페인 10대 기업 중에 하나로 성장했고, 수 만명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조합원들의 은퇴 후 삶까지 보장하고 있다. 20년 전에 한국에 알려진 이 기적같은 이야기는 아직도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독특한 신화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시대와 환경의 번화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 협동조합 정신을 계승하려는 부단한 고민과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혁신은 성공 신화에 매몰된 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해왔습니다. ‘몬드라곤의 기적이라는 신화를 무너뜨리지 않고 지금까지도 이어올 수 있었던 이면에는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몬드라곤은 호세 마리아 신부의 성인 추대와 혁신적인 경영 교육 방법 도입이라는 새로운 날개들 장착하고 있는 모습이였습니다. 바스크의 변방 지역에 기반한 협동조합이라는 영역에서만 신화적인 존재였던 몬드라곤이 이제는 전세계적인 대안적인 조직으로써 도약하기 위해서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몬드라곤의 새로운 도전은 협동조합으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한국의 많은 협동조합 기업들에게 수많은 시사점을 제시해주고 있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몬드라곤은 끝없이 미래를 준비해왔고, 지금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실패를 경험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혁신을 위해서 새로운 노력을 하고 있으며,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교육 프로그램에서부터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지킬 것은 지키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바꿀 것은 바꾸면서 변화에 철저히 대응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그동안 과거의 성공에 매몰된 나머지 간과해왔던 부분이며,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할 부분입니다. 몬드라곤에서 만난 기적같은 신화는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였으며, 몬드라곤은 스스로 혁신을 해나가며 역동적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 본 내용은 [협동조합네트워크] 61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