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7_한살림서울의 해피브릿지 방문기



한살림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의 대표 협동조합입니다.


규모면에서는 농협과 수협 등의 더 큰 조직도 있지만,

정부로부터 독립적이고 자발적으로 운영된 협동조합으로는 가장 오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아이쿱생협이 사업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보이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조합원 규모나 사회적 인지도에서는 한살림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한살림에서는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협동조합이라는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운영되기는 했지만,

최근에 이야기되는 ICA(국제협동조합연합회)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살림은 순수하게 생명운동 차원에서 시작했고,

생협운동은 생명운동을 위한 하나의 틀거리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신생협동조합들이 ICA의 7원칙을 마치 성경처럼 외우고 있지만,

한살림은 ICA 7원칙을 별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한살림에는 한살림의 사상적 기초가 되어준

<한살림선언>이라는 소중한 자산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죠.



한살림은 생협이라고 불리기 이전에

이미 '한살림'이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존재의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최근들어 협동조합이 사회적 각광을 받고 있기에

한살림도 협동조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 흐름에 합류하긴 했지만,


한살림은 그동안 독자적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고,

이를 통해 독특한 전통과 사상을 확고하게 정착해놓은 상황입니다.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라는 대명제를 가지고,

생산자가 소비자들의 생활을 책임지고, 소비자가 생산자들의 수입을 책임진다는 사고가 강합니다.


근본적으로 일반 경제 시스템과는 다른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 것이죠.

그래서 수업의 75%가 생산자에게 가고, 나머지 25%는 운영비로 가도록 가격을 책정한다고 합니다.


소비자 중심의 다른 생협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지만,

이것이 한 편으로 한살림의 성장이 좀 더 더디게 만드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최근 들어 아이쿱생협의 놀라운 사업 수완으로

취급고(일반 기업의 매출액)에서 아이쿱이 한발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한살림과 아이쿱의 조합원이 상당 부분 겹치기에 한살림 내부에서도 새로운 변화의 목소리가 커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살림은

근본적인 가치를 강력하게 지켜나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이러한 정책이 한편으로는 위기를 가져오지만, 한편으로는 강력한 결속력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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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의 여러 조직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사업적으로도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한살림서울' 입니다.

(전체 조합원 40만명 중 30만명이 한살림서울 소속입니다.)

한살림은 아이쿱이나 두레, 행복중심 등의 다른 생협과 다르게

여러 지역 생협들이 모인 연합체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단일 조직으로 시작해 전국으로 퍼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업을 점차 분화시키고 조직은 집중해왔고,

아이쿱생협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성장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살림서울과 지역생협의 분위기는 굉장히 다르다고 하네요.)


한살림 서울의 경우에는 조직이 워낙 크다보니

8개의 지부로 나눠서 70개 정도의 매장을 운영중입니다.


한살림 서울에 대해서도 사업을 분화시켜야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여러가지 걸려있는 문제들이 있어서 다양한 형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각 지부별 조직 활동가와 매장 활동가, 자원 활동가가 존재하며,

이를 뒷받침해주는 실무자들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운동차원에서 시작한 조직이다보니 활동가의 역할과 비중이 굉장히 큰 상황이죠.

하지만, 이런 부분이 최근들어서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운동차원이였기에 무급으로 시작한 활동가들의 활동이

이제는 조직이 점차 커지면서 일도 많아지고 역할도 굉장히 커지게 된 것입니다.


특히 매장 운영에 대한 부분도 지부별로 특색이 존재하기에

이러한 부분을 자율적으로 운영해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살림서울에서는

시범적으로 <자주 관리 매장>을 선정해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자주 관리 매장>을 노동자협동조합으로의 전환하자는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해피브릿지를 방문해주신 분들은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계신

4개 매장의 실무자분들과 활동가 분들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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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협동조합 분야에 가장 큰 어르신이라 할 수 있는

한살림의 실무자와 활동가 분들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지 3년 밖에 안된

 해피브릿지를 직접 찾아와 주신 것에 대해서 해피브릿지 관계자들의 인사말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친절하게 주요 질문들을 보내주셨습니다.

1. 주식회사에서 노동자 협동조합으로의 전환 배경계기경험담

2.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전환 후의 어려웠던 점

3. 노동자 협동조합 전환 후의 긍정적인 면과 차이점

4. 실제 노동자가 느끼는 협동조합 전환 전과 후의 차이점

5. 기타 한살림에서 운영하는 매장 점주들의 질문 등


해피브릿지에서는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

송인창 이사장을 비롯해 평의회 의장님, 그리고 조합원 대표, 경영 담당 이사 분들이 참석해주셨습니다.


일단 송인창 이사장님 협동조합 전환 배경과 과정에 대해서 브리핑을 해주셨고,

이후에 질의응답 시간에는 실질적인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 평의회의장님과 평조합원이 주로 답변을 드렸습니다.



송인창 이사장님의 말씀을 모두 전달드리기는 어렵구요~

핵심만 간단하게 요약해서 정리해드리자면,


노동자협동조합은 소비자협동조합과 운영목적이 다르다.

협동조합이기에 공동소유와 민주적 운영이라는 2개의 축을 가지고,

자립과 자율이라는 양날개를 운영되 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지향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비자 협동조합은 조합원을 많이 모으는 것이 이익이 되지만,

노동자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


자본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훨씬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조직이고,

노동자 협동조합은 내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목표이기에 생존만 잘해도 성공한 것이다.


협동조합이라는 로켓을 쏫아올리기 위해서는 비즈니스라는 엔진이 뒷받침되야하는데,

기본법으로 만들어진 협동조합은 대부분 엔진은 없이 몸통만 만들어놓고 운영을 못하고 있다.


노동자협동조합이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협력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강력한 엔진을 구축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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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것은 간단히 이야기하면 신념때문이였다.

운영하기 힘들 줄 알면서도 '해고를 하지 말자'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여년간 사업을 하면서 몇 차례 망할 뻔한 사건들이 있었다.

대부분 사업을 잘못해서라기보다는 사실은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 때문이였다.

(2003년 광우병 위기 /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하지만, 협동조합을 공부해보니 몇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었고,

이것이 사업을 운영하면서 지속가능성을 더욱더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째, 협동조합이 위기에 더 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협동조합에서는 어려운 시절이 닥쳐도 유능한 사람들이 자신의 자산이기에 떠나지 않게 된다.

유능한 사람들이 자리를 지켜준다면 당장의 위기가 닥쳐도 잘 버티고 이겨낼 확률이 높아진다.


둘째, 외식프랜차이즈라는 사업 모델이 노동집약적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기계로 대체하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사람이 하는 사업이기에 끝없이 교육을 해야만 한다.

 시스템으로만 통제가 안되며, 본인이 열심히 하지 않으면 흑자를 보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러한 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본인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야만 한다.


셋째, 자기실현에 대한 욕구가 강한 청년들이 참여할 것이다.

해피브릿지가 지속가능하려면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계속 영입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인재들을 영입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해보고 싶은 젊은 인재를 영입하고자 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해피브릿지에는 젊은 인재들이 많이 합류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


하지만 막상 전환을 하고 나니 막상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설은 아직까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조합원들의 의식 수준도 아직은 협동조합화 되지 못하고 있다.

권한에 먼저 왼발이 가면, 의무와 책임이 뒷따라야하는데 그 갭을 매꾸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또한, 해피브릿지가 너무 유명해져서 이제는 무조건 잘되야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강연에 초청을 받아도 부담스러워서 잘 안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럴 시간에 사업을 조금이라도 더 잘해서 실력으로 증명해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협동조합에 큰 희망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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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이 넘는 긴 강연을 간단하게 줄이다보니

다소 왜곡되거나 빠트린 부분이 존재할 듯하여 다소 우려가 되는군요.


암튼, 송인창 이사장은 사업성과 경쟁력에 대해서 철저히 강조했습니다.


'노협은 돈을 못벌면 안된다'는 약간은 농담조로 이야기하셨지만,

최근 만들어지고 있는 협동조합들을 보면 그냥 농담으로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부분을 간과하고 좋은 거니까 협동조합에 도전하는 많은 분들이

현실의 장벽앞에서 많은 실망과 좌절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어진 질의응답은 실제 운영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평의회의장님과 평조합원님이 허심탄회하게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너무 솔직한 답변에 한살림 분들이 당황하셨을 수도 있지만,

솔직하면서도 그 안에 담겨있는 진실성과 협동조합에 대한 소감은 많은 영감을 전해주셨습니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니까 맨날 고민하게 만들고, 진짜 피곤하게 만든다.

계소개서 의견을 내야되고,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도 뭔가 정리해서 공유해야하고,

정관도 공부해야하고, 경영 상황에 대한 정보도 계속해서 공유되니까 볼 수 밖에 없고,

솔직히 계속 공부해서 피곤한 것은 사실이다.


자기 발전에 대한 동력은 원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밀려오고,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것이 다른 것은 몰라도 치매예방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외식 산업에서 협동조합으로 식당을 운영하기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다.

5명이 생계를 책임질만큼 수익을 충분히 올려야한다는 이야기인데,

이 정도 규모를 가지려면 초기 투자비용이 엄청나게 올라가기에 영세한 상인들이 시도하기에는 어렵다.


비공식적으로는 안되는 점포를 대상으로 여러명이서 힘을 모아서 운영해보기도 하는데,

굳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지는 않고 있다. 너무 영세해서 사실상 얻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해피브릿지의 꿈은 단순히 망하지 않는 것이며,

현실적인 부분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너무나 현실적인 답변들...


이상적인 꿈과 희망에 찬 이야기를 기대하신 분들에게는 실망스러웠겠지만,

해피브릿지의 분들은 계속해서 이러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일단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며, 노협은 거기에 집중해야한다"


한살림 매장의 노동자협동조합 전환의 경우에는 

사실 해피브릿지의 전환사례보다 고려해야하는 사항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몬드라곤의 에로스키 사례를 고려해봄직한데,

그곳은 노동자협동조합이 소비자협동조합을 만든 케이스라서 정반대의 접근이였습니다.

(실제 운영의 주체가 직원이나 소비자냐의 이슈도 존재할 수 있겠죠)


소유권을 한살림서울에서 그대로 가진 체

운영권만 각 매장의 직원들에게 넘겨준다면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조합원들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되냐는 문제가 생기게 되죠)


각 매장이 지역의 단위조합처럼 완전히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여러가지 혼란만 가중될 수도 있기에 굉장히 어려운 과제가 될 듯합니다.


아무쪼록, 이렇게 해피브릿지를 직접 찾아와주신 협동조합의 대선배님들께 감사를 드리며 

이러한 새로운 시도와 고민들에 대해서는 해피브릿지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꼭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시길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