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2016.04.27_몬드라곤 연수단 - Ep.10 바스크의 초코(Txoko)문화 체험과 몬드라곤에서의 노후생활

초코(Txoko)라고 들어보셨나요?


초코(Txoko)에 대해서 들어보셨다면,

아마도 당신은 미식(美食)에 굉장한 관심을 가진 분임이 틀림없습니다.


바스크 특히 그 중에서도 산세바스챤(San Sebastian)은 스페인 요리의 중심지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있는 미식가들을 위한 도시입니다.


초코(Txoko)라는 바스크만의 특별한 문화적 공간은 

산세바스챤(San Sebastian)을 미식의 도시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평가를 받습니다.


근대적 형태의 초코(Txoko)는 187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기록되어있지만,

역사적 기원으로 보면 바스크 지방에서 이러한 공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위의 사진은 초코(Txoko)의 전형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모두 남자들만 있구요.

두 번째, 즐겁게 요리를 합니다.

세 번째, 너무나 행복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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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특별한 이유는 바스크 지역이 철저히 모계 중심 사회라는 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집안의 모든 재정과 살림살이는 모두 여자가 결정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남자들은 아내에게서 탈출해 자신들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죠.

(가부장적 성향이 강한 한국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여자들의 시달림에 피곤해진 남자들은 친구들과 함께 초코(Txoko)에 모여서

함께 요리를 하고, 술먹고, 노래부르고, 때로는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초코(Txoko)는 철저히 남자들을 위한 마쵸적인 공간이지만,

사실은 집안에 발붙일 곳이 없는 남자들의 심리적 피난처와 같은 곳입니다.


초코(Txoko)는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cuadrillas)' 만이 모이는

폐쇄적인 공간이기에 정해진 사람들은 물건도 공유하며 마음껏 공간을 쓰게 됩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공간이기에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프랑코 독재 기간에는 바스크 어를 몰래 사용하면서 정치적 논의를 이어가는 용도로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산세바스챤 지역에는 120여개의 초코(Txoko)가 존재합니다.

여전히 정해진 인원들의 월 회비로 운영되고 있고 대부분이 80명 내외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일부 초코(Txoko) 새로 가입하기 위한 대기자 리스트도 엄청나고 그것마저도 간헐적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롭게 합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임의 어르신들에게 허락을 받아야합니다.


조직의 구성원으로 합류하면 대가 없이 많은 도움을 주지만,

대신 조직의 구성원과 아닌 사람은 확실히 구분하고, 구성원으로 받아주는 것도 매우 까다롭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기본원칙들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여기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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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모여서 요리를 즐기는 남자들이라...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지만

이러한 공간들은 바스크 지역의 요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됩니다.


남자들은 여기에서 서로의 음식 솜씨를 뽐내기도 하고

서로 식자재를 교환하기도 하면서 점차적으로 지식을 쌓아갔던 것이죠.


전통적으로 초코(Txoko)에는 여자들은 들어올 수 없었으나,

오늘날 남아있는 초코(Txoko)들은 여자들이 들어오는 것은 허락된다고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이 요리하는 것만은 오늘날에도 금지되어있다고 하네요.


 

 

 


몬드라곤 연수단은 Martin 교수 덕분에 우연히

Juanjo abarte의 초대로 몬드라곤에 위치한 초코(Txoko)를 방문해볼 수 있었습니다.


Juanjo abarte의 요리 솜씨는 상상을 초월했고,

바스크 여행 내내 먹은 그 어떤 음식보다도 최고의 맛을 자랑했습니다.


바스크 특유의 전통소시지 치스토라(Chistorras)

원산지를 반드시 표기하는 게로니카산 고추(Pimiento del Guernica) 등


바스크 어딜가나 원없이 없을 수 있는 핀쵸(Pincho)뿐만 아니라,

기존 식당에서 구경해보지 못했던 바스크 전통 음식들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남자를 위한 특별한 공간이라서 주방에는 절대 아무도 못들어오게 하시며

모든 요리를 손수만들고 손수 서빙까지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한 시간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코(Txoko)를 방문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바스크 지역의 초코(Txoko) 문화를 알게 된 것과 Juanjo abarte의 퇴직 후 삶을 들어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 월요일 호세 마리아 신부님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몬드라곤 시내의 광장에서 호세 마리아 신부님의 이름을 딴 현판식을 한참 진행하고 있을 때,

(관련 내용 보기 > http://happybridge.tistory.com/137)


갑자기 덩치가 산만한 아저씨가 한 분 다가오더니 

어디서 왔는지 물어본 다음 다짜고짜 언제까지 여기 머물 예정이냐고 물어봤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전혀 알지도 못하는데 너무나 반가워하면서,

우리를 대듬 자기집에 초대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한참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잠시 자리를 비웠던 Martin 교수가 와서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더니,

다음 방문지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그 아저씨의 집에 잠시 들렸다가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방문하게 될 곳이

초코(Txoko)라는 독특한 공간인줄 상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8명이 모여서 공동 주택을 건설해 살고 있다는 Juanjo abarte는

지하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있다고 하면서 연수단을 지하에 있는 초코(Txoko)로 안내해주었습니다.


 

 

     


공동주택의 공용공간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상 여기는 Juanjo abarte의 개인 공간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사진은 대략적으로 600장 정도는 넘어보였으나,

벽면으로만은 부족했던지 책상위 쌓여있는 사진첩도 엄청 많았습니다.


온갖 각종 기념품들이 다 모여있었고,

추억의 LP판도 엄청 많이 소장하고 계셨습니다.


작년에 방문한 조선대학교 총장님도 이 집에 잠시 들렸다갔다고 하면서,

그 때 받은 태극기를 우리를 위해서 준비해서 간식에 꽂아놓는 센스를 발휘해주셨습니다.


알고봤더니 우리 연수팀뿐만 아니라 수시로 사람들을 초대해서

요리를 해주고 이렇게 멀리서 온 손님들은 특별 대접도 해주는 '상습 초대남'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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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anjo abarte는 맛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초코(Txoko)에서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제대로 체험하게 해주었습니다.


음식은 기본이고, 술먹고, 떠들고,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노래까지 부르는...

전형적인 한국 아저씨들 회식문화가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왜  Juanjo abarte가 우리 연수단을 그렇게 반가워했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남자들이 술취한 것에 굉장히 관대한 한국 사회에서는

예사롭게 일어나는 일들이기에 초코(Txoko) 문화는 사실 한국 남성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였습니다.


하지만, 바스크의 남자들이 초코(Txoko)에서 이렇게 노는 이유가

여기 말고는 자신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점은 굉장한 차이인 거죠.


자신들의 초코(Txoko) 문화에 너무나 잘 어울려

아니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즐기는 한국의 남자들을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울까요?


월요일 잠깐 1시간 정도 함께 이야기하고 놀더니,

수요일 저녁에 식사대접을 한다고 꼭 다시 오라고 하는 친절함까지 보여주셨습니다.

(그 덕에 수요일 날 바스크 여행 중의 최고의 요리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초코(Txoko)에 숨겨둔 최고의 독주들을 계속해서 꺼내오면서

한 번 먹어볼 것을 권하더니 자신있게 원샷하며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해주시기도 했습니다.


내친김에 다음에 또 오면 숙박까지 제공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혹시 자녀들이 몬드라곤에 올 일이 있으면 장기간 체류도 가능하다고 약속까지 해주시네요.


 


우리의 흥미를 끌었던 또 다른 것은 Juanjo abarte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대화의 상당부분은 공동 주택 운영에 대한 내용이였습니다.

연수단원 중에 공동 주택을 만들려고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대화가 집중되었죠.


하지만, 여기가 괜히 몬드라곤이 아니구나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공동으로 4층짜리 건물을 짓고 각자 살 집을 그냥 제비뽑기로 배분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마음만 비우면 충분히 가능하고 가장 깔끔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온갖 장단점과 이해관계를 고민하는 사람들로써는 상상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1층과 4층은 관리비와 유지비도 차이가 나고 나중에 되팔 때 가격차도 날 수 있다는 것까지 고려하게 되면...)


하지만, 이들의 원칙은 간단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다른 사람도 원하는 것이다.'


온갖 이해관계와 손익을 따지지 말고 그냥 제비뽑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문제제기하지도 않았고 결과에 대해서도 모두가 군말없이 수용했다고 하네요.


물론 특수한 경우가 있을 경우에는 그런 것에 대한 고려도 한다고 하는데,

아주 큰 이슈가 아닌 이상은 그냥 왠만하면 제비뽑기로 결정한다고 하네요.

(성경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제비뽑기의 합리성이 여기서 다시 밝휘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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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인사이트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이들의 태도였습니다.


라군아로와 라보랄쿠차에 대한 방문 후기에서

이미 퇴직과 노후 생활에 대한 이들의 자세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은 노후 보장 시스템이 잘 되어있기에 조기 퇴직을 오히려 선호하며,

퇴직 후에는 충분한 연금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자신을 삶을 즐긴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퇴직을 하게 되면 당장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할지 걱정해야하는 사람이 태반이고,

충분한 재산을 쌓아둔 경우에도 일을 안하면 뭘할지 몰라서 당황하게 되는 한국과는 확실히 다른 자세입니다.


한번도 제대로 놀아본 적없이 일만 했던 한국의 개발국가 세대들의 비극이기도 한데,

문제는 이들이 놀줄 모를 뿐만 아니라 집말고는 모아둔 돈도 별로 없다는 것이 한국의 비극입니다.


반면 올해 67세인 Juanjo abarte는 Caja Laboral (현재는 Laboral Kutxa)에서 오랫동안 근무했고,

지금은 은퇴해서 새로운 삶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수요일날도 저녁 식사 시간을 앞으로 땡긴 이유도

식사가 끝난 이후에는 인근 고등학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농구를 가르쳐줘야한다고 하더군요.

(스페인은 일상적으로 저녁식사를 8시 반에 시작하지만 저희는 6시에 만났습니다)


일을 더 한다는 것은 더 이상 고려할 가치도 없는 사항이고,

어떻게 하면 보다 즐겁게 살면서 이렇게 때때로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계셨습니다.


노후 보장이라는 것이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드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는 몬드라곤과 바스크 지역을

사회주의가 유일하게 구현된 곳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사회주의란

가난(poverty)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부(wealth)를 나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Wealth)를 나눈다'는 것은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Adam Smith의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발상입니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지만,

부를 나누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곳은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요?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루어낸 대한민국은 기적의 국가라 할 수 있습니다.

해외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해외 원조를 해주는 국가로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세계적으로는 '부(Wealth)'를 나눠주는 멋진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부(Wealth)'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렇다면 이제는 왜 '부(Wealth)'를 나눠줘야하는지, 

그리고 과연 어떻게 '부(Wealth)'를 나누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할 듯합니다.


몬드라곤과 바스크 지역의 방법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 속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없는지 확실히 참고해볼만 동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