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2016.04.30_몬드라곤 연수단 - Ep.17 바스크 지역 먹거리 삼매경

"먹는 방법을 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허브와 들꽃이 가득한 고산지대의 초원에 1년 내내 비를 뿌리고, 양들이 풀을 뜯고 돼지가 자유로이 돌아다닌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이 바람으로 유명한 바욘 햄을 건조시키는데, 인근 아두르 강 유역의 소금을 가지고 바욘 햄을 만들어 14개월 동안 매달아둔다. 강이 많고 바다가 가까워서 현지 바스크인들이 잡는 생선은 그들이 따러 다니는 밤과 자연산 버섯, 과수원의 체리와 사과, 채소밭에서 나는 유명한 붉은 피망만큼이나 싱싱하고 풍부하다.


<산티아고: 푸드 러버의 순례길 中>


스페인은 식품 산업이 전체 수출의 17%를 차지할 정도로 음식문화가 발달한 곳입니다.


타파스, 파에야, 하몬, 만체고 치즈, 리베라 델 두에로 비노, 초콜라테 등은 이미 대중에도 많이 알려졌고,

최근에는 상그리아, 가스파초, 판 콘 토마테, 칼솟, 토르티야 등 생활요리들까지 국내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지중해의 태양이 키워내는 과일과 채소뿐만 아니라

대서양의 심해에서 건져내는 생선과 해산물이 모두 모이기에 원래부터 유명했지만,

식재료의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려내는 자연주의 조리법이 발달되어 있기에 최근들어 더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바스크 지역은 스페인과 프랑스에 걸쳐있어 기술적인 면에선 프랑스 요리에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산과 바다로 둘러 쌓인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스페인의 그 어느 지역보다 싱싱한 해산물과 채소가 풍부하다고 합니다.

올리브오일을 물쓰듯 요리에 쓰며 다양한 재료와 한층 진보된 기술로 유럽 내에서도 식문화가 우수하기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파슬리 벨루떼 소스와 조개를 곁들인 남방대구요리, 염장대구와 생선 자체의 껍질로 만든 소스, 

스페인식 소 족발과 주둥이요리, 한치 요리 등이 바스크 지역의 전통요리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나 미식가를 위한 도시로 알려진 산세바스챤의 경우에는

미슐린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은 식당들과 세계적인 쉐프들이 몰려있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문화공간이 초코(Txoko)가 아직도 수백개 남아있기로 유명합니다.


몬드라곤 연수팀의 초코(Txoko) 방문기 < 클릭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몬드라곤 대학이 2009년 산세바스챤 지역에 설립한

바스크 컬리너리 센터(Basque Culinary Center)는 오픈과 동시에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바스크 컬리너리 센터 교장 한국 방문 인터뷰 보기 <  클릭


먹기위한 여행은 아니였지만, 역시나 여행에서 먹거리는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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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에서는  가이드북에 써있던 한 마디를 반드시 되새겨야했습니다.


Poco sal, por favor

(뽀꼬 쌀, 뽀르 빠보르 : 소금 거의 없이 해주세요)


한국 음식도 짠 데, 스페인 음식이 짜봐자 어느 정도라고... 생각했으나... 


가장 기대했던 산세바스챤에서의 점심식사는...

눈물을 머금고 그냥 첫번째 시행착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일정상 산세바스찬에서의 식사할 기회는 추가로 주어지지 않았다는...)



<대구 이야기(The Cod's Tale)>라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있을 정도로

'대구'라는 생선은 바스크 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생선입니다.


하지만, 대구를 어떻게 요리하는지는 전혀 모른체

순진하게 바스크 지역에 왔으니 대구 요리를 먹어봐야지~ 했던 것입니다.


바스크 지역에서의 소금에 절인 대구 요리 < 클릭


아무리 오랜 시간에 걸쳐서 소금 맛을 빼낸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대구요리는 안짤 수가 없는 요리였던 것입니다.


주문할 때 가이드분이 안짜게 해달라고 했다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스페인 일정에서 대구 요리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됐습니다.


다음부터는 주로 스테이크나 스페인식 볶음밥 빠에야(Paella) 위주로 먹었습니다.

물론 안짜게 해달라는 부탁은 필수적인 추가 주문 사항이였습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한국과 유사한 쌀을 재배한다는 스페인이기에

한국음식점을 찾아보기 힘든 빌바오지만 음식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여기에 국물까지 들어간 요리도 있었으니 어르신들 취향까지 저격해주었습니다.



짠 맛 이외에 전반적으로 음식이 기름지고 단맛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요리가 튀긴 음식이고 커피나 차를 마실 때도 설탕을 엄청넣어서 먹는 특징이 있습니다.


전세계 올리브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나라답게 올리브기름은 아주 필수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비하면 비만으로 보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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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스페인 여행내내 적응되지 않았던 것은 이들의 식사시간이였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하루에 5끼를 먹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5끼를 모두 챙겨먹는 사람들은 드물다고 하네요)


아침식사는 데사유노(desayuno)라고 하며 보통 8시 전후로 먹습니다.

간단하게 시리얼, 토스트, 비스킷 등을 먹으며 카페 꼰 레체(카페라떼)나 꼴라카오(코코아)를 즐겨 마신다고 하네요.


그리고는 점심전 식사라는 알부에로쏘(Almuerzo)를 11시~12시 사이에 먹습니다.

보통 스페인식 샌드위치인 보까디요(Bocadillo)를 먹는데 어떻게 보면 실질적인 아침식사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스페인에서의 점심식사는 꼬미다(Comida)라고 부르며 14시 ~ 16시에 이루어집니다.

식당도 보통 13시 30분부터 영업을 하기 때문에 한국을 생각하고 아침을 걸렀다가는 낭폐를 겪게 됩니다.


첫 날 시행착오를 겪은 연수팀은 둘째날 부터는 철저하게 호텔 조식뷔페를 챙겨먹었습니다.

조리된 요리는 많지 않았지만 확실히 먹거리가 풍성한지 과일이나 채소, 빵 등이 꽤 신선한 편이였습니다.



그럼에도 똑같은 조식뷔페를 1주일 내내 먹으려니 다소 질려서

판 콘 토마테(pan con tomate)도 만들기도 하고, 만체고 치즈(manchego cheese)하몽(Jamon)을 얻져먹기도 했습니다.


식재료가 좋다보니 식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간단한 제조법의 스페인 요리는

식재료만 잘 갖춰져 있으면 너무나 쉽게 만들어먹을 수 있어서 매일 아침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암튼, 이렇게 점심을 늦게 그것도 거하게 먹는 스페인 사람들은

점심식사와 저녁 식사 사이(19~20시)에 메리엔다(merienda)라고 간식을 또 먹습니다.


마지막으로 진짜 저녁식사인 쎄나(cena)는 보통 22시~24시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식당도 20시 30분 이전에는 식사를 할 수 없습니다.


저녁을 밤 12시까지 먹는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스페인에서는 식당자체가 밤 9시는 되야지 손님들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자연스럽게 밤문화가 발달하기 마련이지만 한국처럼 저녁부터 술에 취해 비틀거릴 정도로 마시지는 않아보입니다.

거의 모든 식사에 와인을 함께하기는 하지만, 1잔 이상 취할정도로 마시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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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페인 음식 문화 중에 타파스(Tapas)에 대한 이야기를 빼먹을 수는 없겠죠.


타파스는 한국에도 많이 알려져있는데요. 간단하게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한 접시의 음식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바(Bar)에서는 앉는 자리 없이 서서 와인(또는 맥주) 한잔과 타파스 한 접시를 먹습니다.


그리고 장소를 이동해서 다른 바(Bar)에 가서 타파스 한 접시와 와인(또는 맥주) 한잔을 즐기죠.

한 잔만 먹으려니 뭔가 아쉽게 느껴지기에 5라운드 정도는 돌아줘야지 뭘 좀 마셨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근데, 바스크 지방에서는 이러한 타파스가 핀초스(Pinchos)라는 독특한 형태로 발달하게 됩니다.


핀초는 가시나 못을 뜻하는 스페인어인데,

흔히 빵조각에다가 이쑤시개 같은 것으로 박아서 고정하는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타파스의 종류가 100개가 넘는 것처럼 핀초스도 매우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빵위에 언질 수 있는 모든 식재료는 핀초스로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먹은 핀초(이쑤시개)의 숫자를 가지고 나중에 계산을 한다는 점입니다.

회전 초밥집에서 접시 숫자로 계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격도 핀초 1개에 1~2유로 정도밖에 하지 않기에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에 비해서 오히려 저렴한 편입니다.

(보통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최소 10~15유로는 잡아야해서, 일반인들은 외식을 잘 안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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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연수팀이 바스크에 먹거리 여행을 온 것은 아니기에 완전 유명한 고급 식당을 방문하지는 않았지만

안내 맡아준 김명진(Monica)씨 덕에 대중적인 가격의 나름 유명한 식당은 몇 군데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빌바오 지역에는 한국인이 아직까지 많이 거주하고 있지는 않은데,

그래도 해피쿱투어에서 현지인 김명진씨를 연결해주셔서 굉장히 편안하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위에서 열거한 음식들 외에도 특이하고 맛있는 다양한 음식을 시도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예상치도 못한 초대로 방문했던 몬드라곤의 초코(Txoko)에서 먹은 음식은

바스크 문화와 음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소중한 추억이 되어주었습니다.


몬드라곤 연수팀의 초코(Txoko) 방문기 < 클릭


1주일 동안 먹은 내용을 모두 담으려고 하니 사진이 너무 많아서 이 정도에서 정리를 해야겠네요.


음식은 그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코드이기에

연수를 마감하는 마지막 에피소드로 바스크 지역의 음식 문화와 관련된 내용을 쭉~ 정리해봤습니다.


독특한 레시피와 관련된 부분은 다른 블로거들이 작성한 내용에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클릭해서 전문가들이 써놓은 내용들을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이번 연수에서 아쉽게도 방문하지 못한 곳 중에 하나가

몬드라곤 대학에서 새롭게 설립했다는 바스크 컬리너리 센터(Basque Culinary Center) 입니다.


지역 밀착형이고, 단순히 훌륭한 쉐프를 길러내는 요리학원보다는

전문 외식창업교육과정에 가깝기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이렇게 몬드라곤에서의 마지막 밤도 모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아쉬움을 달래며 구도심 광장에서 핀초스를 즐긴 연수팀은 이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바스크 현지 연수에 대한 내용은 이제 마지막 포스팅이 되겠네요.

과연 저희들의 몬드라곤 연수가 한국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마지막 포스팅은 한국으로 돌아온 연수팀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

벌써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저희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합니다.


마지막 포스팅이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HBM] 2016.04.27_몬드라곤 연수단 - Ep.10 바스크의 초코(Txoko)문화 체험과 몬드라곤에서의 노후생활

초코(Txoko)라고 들어보셨나요?


초코(Txoko)에 대해서 들어보셨다면,

아마도 당신은 미식(美食)에 굉장한 관심을 가진 분임이 틀림없습니다.


바스크 특히 그 중에서도 산세바스챤(San Sebastian)은 스페인 요리의 중심지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있는 미식가들을 위한 도시입니다.


초코(Txoko)라는 바스크만의 특별한 문화적 공간은 

산세바스챤(San Sebastian)을 미식의 도시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평가를 받습니다.


근대적 형태의 초코(Txoko)는 187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기록되어있지만,

역사적 기원으로 보면 바스크 지방에서 이러한 공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위의 사진은 초코(Txoko)의 전형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모두 남자들만 있구요.

두 번째, 즐겁게 요리를 합니다.

세 번째, 너무나 행복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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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특별한 이유는 바스크 지역이 철저히 모계 중심 사회라는 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집안의 모든 재정과 살림살이는 모두 여자가 결정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남자들은 아내에게서 탈출해 자신들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죠.

(가부장적 성향이 강한 한국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여자들의 시달림에 피곤해진 남자들은 친구들과 함께 초코(Txoko)에 모여서

함께 요리를 하고, 술먹고, 노래부르고, 때로는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초코(Txoko)는 철저히 남자들을 위한 마쵸적인 공간이지만,

사실은 집안에 발붙일 곳이 없는 남자들의 심리적 피난처와 같은 곳입니다.


초코(Txoko)는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cuadrillas)' 만이 모이는

폐쇄적인 공간이기에 정해진 사람들은 물건도 공유하며 마음껏 공간을 쓰게 됩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공간이기에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프랑코 독재 기간에는 바스크 어를 몰래 사용하면서 정치적 논의를 이어가는 용도로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산세바스챤 지역에는 120여개의 초코(Txoko)가 존재합니다.

여전히 정해진 인원들의 월 회비로 운영되고 있고 대부분이 80명 내외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일부 초코(Txoko) 새로 가입하기 위한 대기자 리스트도 엄청나고 그것마저도 간헐적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롭게 합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임의 어르신들에게 허락을 받아야합니다.


조직의 구성원으로 합류하면 대가 없이 많은 도움을 주지만,

대신 조직의 구성원과 아닌 사람은 확실히 구분하고, 구성원으로 받아주는 것도 매우 까다롭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기본원칙들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여기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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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모여서 요리를 즐기는 남자들이라...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지만

이러한 공간들은 바스크 지역의 요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됩니다.


남자들은 여기에서 서로의 음식 솜씨를 뽐내기도 하고

서로 식자재를 교환하기도 하면서 점차적으로 지식을 쌓아갔던 것이죠.


전통적으로 초코(Txoko)에는 여자들은 들어올 수 없었으나,

오늘날 남아있는 초코(Txoko)들은 여자들이 들어오는 것은 허락된다고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이 요리하는 것만은 오늘날에도 금지되어있다고 하네요.


 

 

 


몬드라곤 연수단은 Martin 교수 덕분에 우연히

Juanjo abarte의 초대로 몬드라곤에 위치한 초코(Txoko)를 방문해볼 수 있었습니다.


Juanjo abarte의 요리 솜씨는 상상을 초월했고,

바스크 여행 내내 먹은 그 어떤 음식보다도 최고의 맛을 자랑했습니다.


바스크 특유의 전통소시지 치스토라(Chistorras)

원산지를 반드시 표기하는 게로니카산 고추(Pimiento del Guernica) 등


바스크 어딜가나 원없이 없을 수 있는 핀쵸(Pincho)뿐만 아니라,

기존 식당에서 구경해보지 못했던 바스크 전통 음식들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남자를 위한 특별한 공간이라서 주방에는 절대 아무도 못들어오게 하시며

모든 요리를 손수만들고 손수 서빙까지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한 시간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코(Txoko)를 방문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바스크 지역의 초코(Txoko) 문화를 알게 된 것과 Juanjo abarte의 퇴직 후 삶을 들어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 월요일 호세 마리아 신부님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몬드라곤 시내의 광장에서 호세 마리아 신부님의 이름을 딴 현판식을 한참 진행하고 있을 때,

(관련 내용 보기 > http://happybridge.tistory.com/137)


갑자기 덩치가 산만한 아저씨가 한 분 다가오더니 

어디서 왔는지 물어본 다음 다짜고짜 언제까지 여기 머물 예정이냐고 물어봤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전혀 알지도 못하는데 너무나 반가워하면서,

우리를 대듬 자기집에 초대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한참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잠시 자리를 비웠던 Martin 교수가 와서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더니,

다음 방문지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그 아저씨의 집에 잠시 들렸다가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방문하게 될 곳이

초코(Txoko)라는 독특한 공간인줄 상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8명이 모여서 공동 주택을 건설해 살고 있다는 Juanjo abarte는

지하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있다고 하면서 연수단을 지하에 있는 초코(Txoko)로 안내해주었습니다.


 

 

     


공동주택의 공용공간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상 여기는 Juanjo abarte의 개인 공간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사진은 대략적으로 600장 정도는 넘어보였으나,

벽면으로만은 부족했던지 책상위 쌓여있는 사진첩도 엄청 많았습니다.


온갖 각종 기념품들이 다 모여있었고,

추억의 LP판도 엄청 많이 소장하고 계셨습니다.


작년에 방문한 조선대학교 총장님도 이 집에 잠시 들렸다갔다고 하면서,

그 때 받은 태극기를 우리를 위해서 준비해서 간식에 꽂아놓는 센스를 발휘해주셨습니다.


알고봤더니 우리 연수팀뿐만 아니라 수시로 사람들을 초대해서

요리를 해주고 이렇게 멀리서 온 손님들은 특별 대접도 해주는 '상습 초대남'이였습니다.


+


 Juanjo abarte는 맛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초코(Txoko)에서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제대로 체험하게 해주었습니다.


음식은 기본이고, 술먹고, 떠들고,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노래까지 부르는...

전형적인 한국 아저씨들 회식문화가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왜  Juanjo abarte가 우리 연수단을 그렇게 반가워했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남자들이 술취한 것에 굉장히 관대한 한국 사회에서는

예사롭게 일어나는 일들이기에 초코(Txoko) 문화는 사실 한국 남성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였습니다.


하지만, 바스크의 남자들이 초코(Txoko)에서 이렇게 노는 이유가

여기 말고는 자신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점은 굉장한 차이인 거죠.


자신들의 초코(Txoko) 문화에 너무나 잘 어울려

아니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즐기는 한국의 남자들을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울까요?


월요일 잠깐 1시간 정도 함께 이야기하고 놀더니,

수요일 저녁에 식사대접을 한다고 꼭 다시 오라고 하는 친절함까지 보여주셨습니다.

(그 덕에 수요일 날 바스크 여행 중의 최고의 요리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초코(Txoko)에 숨겨둔 최고의 독주들을 계속해서 꺼내오면서

한 번 먹어볼 것을 권하더니 자신있게 원샷하며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해주시기도 했습니다.


내친김에 다음에 또 오면 숙박까지 제공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혹시 자녀들이 몬드라곤에 올 일이 있으면 장기간 체류도 가능하다고 약속까지 해주시네요.


 


우리의 흥미를 끌었던 또 다른 것은 Juanjo abarte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대화의 상당부분은 공동 주택 운영에 대한 내용이였습니다.

연수단원 중에 공동 주택을 만들려고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었기에 대화가 집중되었죠.


하지만, 여기가 괜히 몬드라곤이 아니구나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공동으로 4층짜리 건물을 짓고 각자 살 집을 그냥 제비뽑기로 배분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마음만 비우면 충분히 가능하고 가장 깔끔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온갖 장단점과 이해관계를 고민하는 사람들로써는 상상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1층과 4층은 관리비와 유지비도 차이가 나고 나중에 되팔 때 가격차도 날 수 있다는 것까지 고려하게 되면...)


하지만, 이들의 원칙은 간단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다른 사람도 원하는 것이다.'


온갖 이해관계와 손익을 따지지 말고 그냥 제비뽑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문제제기하지도 않았고 결과에 대해서도 모두가 군말없이 수용했다고 하네요.


물론 특수한 경우가 있을 경우에는 그런 것에 대한 고려도 한다고 하는데,

아주 큰 이슈가 아닌 이상은 그냥 왠만하면 제비뽑기로 결정한다고 하네요.

(성경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제비뽑기의 합리성이 여기서 다시 밝휘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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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인사이트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이들의 태도였습니다.


라군아로와 라보랄쿠차에 대한 방문 후기에서

이미 퇴직과 노후 생활에 대한 이들의 자세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은 노후 보장 시스템이 잘 되어있기에 조기 퇴직을 오히려 선호하며,

퇴직 후에는 충분한 연금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자신을 삶을 즐긴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퇴직을 하게 되면 당장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할지 걱정해야하는 사람이 태반이고,

충분한 재산을 쌓아둔 경우에도 일을 안하면 뭘할지 몰라서 당황하게 되는 한국과는 확실히 다른 자세입니다.


한번도 제대로 놀아본 적없이 일만 했던 한국의 개발국가 세대들의 비극이기도 한데,

문제는 이들이 놀줄 모를 뿐만 아니라 집말고는 모아둔 돈도 별로 없다는 것이 한국의 비극입니다.


반면 올해 67세인 Juanjo abarte는 Caja Laboral (현재는 Laboral Kutxa)에서 오랫동안 근무했고,

지금은 은퇴해서 새로운 삶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수요일날도 저녁 식사 시간을 앞으로 땡긴 이유도

식사가 끝난 이후에는 인근 고등학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농구를 가르쳐줘야한다고 하더군요.

(스페인은 일상적으로 저녁식사를 8시 반에 시작하지만 저희는 6시에 만났습니다)


일을 더 한다는 것은 더 이상 고려할 가치도 없는 사항이고,

어떻게 하면 보다 즐겁게 살면서 이렇게 때때로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계셨습니다.


노후 보장이라는 것이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드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는 몬드라곤과 바스크 지역을

사회주의가 유일하게 구현된 곳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사회주의란

가난(poverty)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부(wealth)를 나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Wealth)를 나눈다'는 것은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Adam Smith의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발상입니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지만,

부를 나누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곳은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요?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루어낸 대한민국은 기적의 국가라 할 수 있습니다.

해외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해외 원조를 해주는 국가로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세계적으로는 '부(Wealth)'를 나눠주는 멋진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부(Wealth)'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렇다면 이제는 왜 '부(Wealth)'를 나눠줘야하는지, 

그리고 과연 어떻게 '부(Wealth)'를 나누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할 듯합니다.


몬드라곤과 바스크 지역의 방법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 속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없는지 확실히 참고해볼만 동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