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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ing Journey/Bilbao & Mondragon

[HBM] 2016.04.23_몬드라곤 연수단 - Ep.01 빌바오 공항과 가톨릭 문화


해외에 나갈 때 공항은 언제나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하는 공간입니다.

수많은 이별과 만남이 있는 곳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곳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공항들은

세계적인 건축 거장들의 손을 통해서 세계적인 건축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의 뉴욕 JFK공항과 워싱턴 델러스 공항,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의 홍콩 첵랍콕 공항과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커티스 펜트레스(Curtis Fentress)의 덴버 국제공항, 인천 국제공항, 산호세 국제공항 등


어느새 공항은 그 기능성뿐만 아니라 그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가 되고 있습니다.


빌바오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프랑크 게리가 디자인한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입니다.

하지만, 도시재생의 명소답게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손을 거친 건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가 디자인한 빌바오 국제공항 역시

'라 팔로마(La Paloma/비둘기라는 뜻)'라는 별명을 얻으며 세계적인 건축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건물 중앙에 있는 세모꼴 돌출부의 양쪽에 대칭으로 펼처진 날개 형상이

하얀 비둘기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인데, 위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더 명확하게 이해가 됩니다.


(사진 출처 : getty image)


빌바오 공항은 쾌적한 내부 공간 디자인으로도 유명한데,

한쪽 끝은 고정되고 다른 쪽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있는 외팔보(cantilerver)공법을 활용해

실내에 기둥이 없어서 시원한 느낌도 들고 공간에 대한 효용성도 높였다.



빌바오 시내에서는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의 손을 거친

또 하나의 명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스크어로 '하얀 다리'라는 의미를 가진 '주비주리(Zubizuri)'는

현수구조(철골구조물로 다리를 매달아서 지탱하는 공법)으로 지어진 다리입니다.

(다리 뒤로는 일본의 건축가 이소자키가 설계한 쌍둥이 빌딩도 보이네요)


빌바오 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해보니,

숙소 바로 옆에 성당(Basílica de Begoña) 하나가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바실리카(Basílica)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뭔가 고풍스러운 것이 역사가 오래된 성당이라는 것을 지레 짐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시간 날때 한 번 살짝 산책이나 가보면 좋겠다~'

생각하고 숙소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산책 갈 타이밍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숙소에 들어간 2진은 바로 짐만 숙소에 풀어두고,

 먼저 일행을 기다리고 계시던 송신부님과 함께 바로 저녁 먹으로 길을 나섰는데...


엘고이바(마틴 고향)를 방문하고 돌아오기로 했던 1진이

기차를 놓치는 바람에 송신부님을 따라 자연스럽게 성당을 구경하게 됐습니다.



성당 앞 길에 있는 플라타나스 나무들은 아쉽게도

모두 가지치기가 되어있었고, 서로 가치를 엮어놓은 모습이였습니다.

(타이밍이... 나중에 오면 참 이쁘겠네요...)


마침 토요일 저녁 미사가 진행중이였습니다.

본의 아니게 이번 연수는 가톨릭 미사로 첫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성당에 계신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이였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어딜가나 노인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성당은 1503년 처음 지어졌지만, 

지금의 모습은 1610년경에 만들어졌고, 전형적인 바실리카(Basílica) 형태로 구성되었습니다.


바실리카(Basílica) 형태 알아보기 > 클릭


성당은 웅장했고, 조용했으며 왠지 모를 성스러움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같은 범인들은 유럽의 흔한 고딕 양식 성당과 차이점을 알 수 없었습니다.

이를 어여삐 여기신 송경용신부님께서는 일행들이 보지 못하는
이 성당이 가지고 있는 3가지 특이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첫번째로는 스테인글라스 위주로 양식되어있는

다른 유럽의 성당들과는 다르게 다양한 성화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성당이 상당부분이 전쟁으로 파괴되어서 후대에 다시 지어졌다고 합니다.)


스테인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활용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대부분 성당들의 전통적인 방식인데 차이가 있다는 것이죠.



또 하나는 재단의 한가운데를 성모마리아 상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수님의 성상이 한쪽 편에 위치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성당에서는 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게 이 성당만의 특징인지, 아니면 빌바오 지역의 특징인지는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빌바오나 바스크의 특징은 아닌 듯합니다)


빌바오 산티아고 성당의 가운데에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 상이

산세바스티안 선한 목자 성당의 가운데에는 양을 치는 예수님 상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특징은 바닥이 살짝 기울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성당은 그 시내의 중심지역이나

아주 높은 곳에 잘보이게 위치하는데요.


빌바오 같은 경우에는

언덕의 높은 지역에 베고 나 성당(Basílica de Begoña)이 있고, 

시내 한 복판에는 산티아고 성당(Catedral de Bilbao - Santiago)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산 언덕에 만들어진 성당의 경우에는 자연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서

재단쪽이 약간 높게 기울어진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설계될 경우에는 신도들의 입장에서 재단을 보면서,

마치 천국으로 점차적으로 올라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베고 나 성당(Basílica de Begoña)의 경우에는

바스크 지역의 가톨릭 문화와도 많은 연관성과 역사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스크 지역은 상대적으로 다른 유럽의 지역들보다 가톨릭이 늦게 전파되었습니다.

이는 지리적으로 고립된 특성과 관련이 있는데, 8세기 프랑크 왕국을 통해서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가장 독실한 가톨릭 신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되었고,

현재에도 약 90%의 사람들이 가톨릭 신자로 분류될 정도 가톨릭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입니다.


심지어는 가톨릭에서 매주 금요일과 성스러운 날 뜨거운 피를 가진 동물을 못먹게하자

소나 닭을 못먹을 때를 이에 대한 대용품으로 고래고기가 유럽 전역에서 유행을 하게 되는데

고래잡이를 상업적으로 처음 시작한 것도 바스크인들이라고 합니다.


특히나 가톨릭 2000년사에 길이 남을 인물인

예수회를 창시한 이냐시오 데 로욜라(Ignatius de Loyola)가 바스크 출신입니다.


또한, 최근에 한국에서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는

산티아고 순레자의 길의 경우에도 바스크 지역을 관통하게 되어있습니다.

(콤포스텔라는 바스크 지역은 아니지만, 루트의 주요 스팟이 바스크를 관통합니다)


+


가톨릭이 바스크 지역에 뿌리를 내린 이후에는

바스크 지역의 오랜 투쟁의 역사에서 성당은 중요한 구심점의 역할을 합니다.


특히나 베고 나 성당(Basílica de Begoña)의 경우에는

그 지리적 특성 때문에 나폴레옹 전쟁과 2차례에 걸친 칼리스트 전쟁에서 중요한 거점을 활용됩니다.


그 과정에서 건물이 상당부분 손상되지만

1876년 다시 복원되어서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20세기 들어 프랑코 독재 시기에는

정부에 대항하는 모임 장소로 성당이 주로 활용됩니다.


칼리스트 전쟁 시에는 가톨릭 신자인 칼리스를 왕으로 옹립하기 위한 것과

바스크 지역의 분리 독립에 대한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져 정부군과 전면전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면,


프랑코 독재 시기에는 가톨릭을 옹호하는 프랑코의 특성을 활용해서

안전하게 분리 독립을 위한 모임을 가질 수 있는 피난처로써 성당이 활용되었습니다.

(프랑코 독재 시기의 모든 지역의 성당은 중요한 정치적 거점이 됩니다.)


이렇게 베고 나 성당(Basílica de Begoña)뿐만 아니라

바스크의 전 지역에 걸쳐서 성당은 중요한 문화적 정치적 거점으로 활용되었고

그만큼 가톨릭 문화는 바스크 문화에 중요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는 몬드라곤과 협동조합운동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호세 마리아 신부가 몬드라곤에 심어둔 협동조합 정신은

바스크의 지역적 특성과 가톨릭 문화를 영향력을 빼놓고 설명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이번 연수은 몬드라곤의 현재 모습을 보고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뿌리가 되는 바스크 지역과 가톨릭 문화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특징이 이번 연수를 좀 더 특별하게 만든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된 것 같습니다.